돌답례품

꼬마평화도서관과 부릉부릉그림책도서관에서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평화그림책 연주회를 합니다. 그림책 연주는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일컫습니다. 이 책 <공갈 젖꼭지>는 여러 곳에서 연주했는데, 그때마다 울림이 크다고 해서 나누고 싶어 올립니다. <기자말>

요사이 '날아다니는 꼬마평화도서관'에 들어앉아서 내 연주를 기다리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공갈 젖꼭지>다(여기서 '그림책 연주'란 그림책을 펴 보이면서 낭독하고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말한다).

날아다니는 꼬마평화도서관은 평화가 소복한 그림책이 머무는 가방으로, 밥집이나 카페 때로는 술집이나 공원 어디에서라도 그림책 연주를 펼칠 준비가 되어 있다.

쌍둥이 아기 둘이 나란히 누워 낮잠을 잔다. 창틈으로 들어와 웽웽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가 잠자는 쌍둥이를 가만둘 리 없다. 쉬익 언니 볼에 내려앉은 모기가 따끔 쪽쪽 빨더니 동생 귓불에도 내려앉아 쪽쪽. 금세 귀가 불긋, 볼이 통통. 간질간질 따끔따끔, 으앙~ 동생이 먼저 깨어 운다. 할머니가 얼른 공갈 젖꼭지를 찾아 입에 물리니 동생은 바로 뚝! '공갈 젖꼭지가 또 어디에 있더라?' 할머니가 공갈 젖꼭지를 하나 더 찾으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이런 언니도 깼다.

으앙~!! 젖꼭지를 물고 있던 동생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엉금엉금 기어 다가가더니 어라, 제가 물고 있던 젖꼭지를 빼내어 언니에게 물린다. 울음을 그친 언니. 그런데 또 물린 데가 가려워 긁던 동생이 쓰라린지 또 울음을 터뜨리고. 이번에 언니가 제가 물고 있던 얼른 빼내어 동생에게 물려준다. 젖꼭지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아이들.

2005년 출간된 이 소설은 주민들의 삶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묘사해 독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기존 작품에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됐다.
이 소설은 충청도의 작은 마을 미봉리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삶의 가장자리에서 소외된 존재를 따뜻하게 품으며, 작은 것의 소중함과 사랑의 의미를 전한다. 독자들은 ‘졸망제비꽃’, ‘오이풀 냄새’ 등 자연의 소소한 정취 속에서 잊고 지낸 동심과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특히 마을에서 ‘미친 여자’로 불리던 ‘똥산이’ 아줌마와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천국이란 특별한 곳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과 공간임을 깨닫게 한다. 작품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투명함과 순수함의 가치를 일깨우며,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와 울림을 전한다.
이윤학 작가는 “오랜 시간 작품을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며, 이번 개정증보판이 더 큰 울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쩌면 내가 제일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은 가장 약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비에 젖은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 열두 번씩 바뀌는 생각과 출처 없는 공포에 손도 못 쓰고 자꾸만 숨이 차던, 그 안에서 지도 같은 건 손에 쥐지 못한 걸 알면서도,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쳐내고, 캄캄한 길목에서 한 발자국 용기를 낼 때, 그 어떤 일의 시작은 바로 그때였다. '무엇을 알아냈다.'고 강하고 단단하게, 부족함 없이,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고, 자꾸만 우스워 눈치 없이 그저 서 있던, 알고 보면 더없이 지루했던 때가 아니라. <82쪽>

수분감 많던 아침의 빛을 알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는 너를 알고, 김 나는 커피의 평화를 알고, 강아지 귀의 얇기와 온도를 알고, 참는 너의 가슴팍의 컬러를 알고, 세상의 프리즘과 반사의 미학을 알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사방으로 흩어져 웃던 우리를 알고, 시간의 유한함을 알고, 슬픔에서 매일을 수련한다 해도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쉬운 것에 적응되지는 않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슬픔을 무척 많이 안다 해도, 결국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다. <116쪽>

행복은 같아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불완전함이라고 느껴도, 그것이 부정의 의미가 아님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 같아지지 않는데 이해할 수도 없어 불안해하기보다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진짜의 이해가 시작되는 것처럼. <203쪽>

내 눈에 들어오는 매일의 장면들은 신의 사인 같아. 멋없는 억지 같은 것 하나 없는, 심지어 더없이 친절한 내 눈앞 딜리버리.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주는 매일의 아름다움과 귀여움, 축하함과 감사함. <114쪽>


그림책 <공갈 젖꼭지>는 할머니가 손녀 쌍둥이를 보살피며 겪은 일이라 더욱 와닿는다. 갓난아이들이 서로 내 아픔 네 아픔을 보듬다니 놀랍다. 그러나 내 눈길은 '공갈 젖꼭지' 자체에 머문다.

우는 아이 달래는 공갈 젖꼭지. 그런데 공갈 젖꼭지가 있을 리 없는 어른들이 살기 버거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공갈 젖꼭지 노릇, 그림책이 할 수 있다.

마음 둘 곳 없어 하던 사람 앞에서 겪는 일에 걸맞은 그림책을 켜고 느낌 나누다 보면, 속이 트인다며 한숨 돌린다. 그림책이 없을 때, 다른 수는 없을까? 공갈 젖꼭지, 알고 보면 젖이 more info 안 나오는 젖꼭지다. 공갈 젖꼭지로 우는 아이 달래기는 '하얀 거짓말'이란 개념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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